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으레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는 내년에는 무슨 해이고 그 동물은 어떤 상징성을 갖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다가오는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즉 호랑이의 해입니다. 호랑이의 기운이 벌써 느껴지시나요?

십이지의 기원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십이지를 사용하였고 또 언제부터 십이지와 동물을 짝지었을까요?

갑골문

갑골문 이미지 출처:위키미디어 CC0

현재까지 알려진 십이지에 관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은 중국 하남성 안양의 은허(殷墟) 유적에서 발견된 갑골문입니다. 은허의 발견은 그동안 전설로 치부되었던 은 왕조의 실체를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은 왕조 시대(기원전 17~12세기)에는 주요 행사 때마다 동물의 뼈를 가져다가 열을 가한 후 그 뼈가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서 점을 치고 그 내용을 뼈에 새겼는데, 이때 십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과 십이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조합하여 날짜를 표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십이지에 동물을 대응시키는 구도가 중국에서 처음 나타난 시기는 언제일까요?

십이지와 동물의 결합을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은 1975년 12월 중국 호북성 운몽현의 전국시대 말~진대의 묘에서 출토된 이른바 ‘수호지진묘죽간(睡虎地秦墓竹簡)’입니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나라의 시황제 때(재위 기원전 247~210)에 서사(書寫)된 것으로 보이는 이 죽간은 쓰인 시기로 보아 적어도 전국시대 말기에는 십이지에 동물들을 대응시키는 구도가 성립되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응 관계에서 쥐, 소, 호랑이, 토끼, 개, 돼지는 오늘날과 같지만, 다른 것들은 오늘날과 다릅니다.
사실 중국의 십이지 문자와 각 문자에 해당하는 동물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십이지와 동물의 짝짓기 기원

그렇다면 십이지에 동물을 대응시키는 구도가 중국에서 처음 고안된 것일까요?

우리나라 고대에 조성된 능묘 중에는 무덤 내부 사방에 수호신격으로 사신(四神)을 그려 넣은 것이 있는데, 이는 중국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입니다. 이 같은 사신 표현은 중국 전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는데, 이처럼 십이지를 동물과 연결해 표현하는 환경이 중국에 이미 조성되어 있었음을 내세워,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 자생설을 주장하는 데 동조합니다.

그런데 20세기 중국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곽말약(郭沫若)은 중국에서 십이지 동물에 관해 언급한 최초의 문헌인 후한(25~220) 왕충(27~104)의 저서 『논형(論衡)』 「물세(物勢)」편에서 십이지와 대응하는 다른 동물들은 모두 언급하면서 유독 용이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진(辰)은 용이며 바빌로니아의 십이지수가 수입되어 나중에 정해졌을 것이다”라고 기술하여 용의 서아시아 기원설을 제기하였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은허에서는 중국의 앞선 어떤 시기에도, 어떤 형태로든 바퀴 달린 수송 수단이 없었던 상태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전차가 출토하였습니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인 오늘날의 아르메니아 르차센 유적에서 발견된 기원전 1500년경의 전차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말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동서양의 문화 교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당시의 주요 문화 전파자였던 유목민의 활동반경이 매우 넓었다는 말입니다.

서아시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8세기 무렵부터 일식과 월식, 혹성의 위치가 수리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하였는데, 기원전 5세기에 바빌론의 신전에 봉직하는 천문학자들에 의해 황도십이궁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황도(黃道)는 천구 상에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고 12궁은 황도 주위에 있는 12개의 별자리로, 바빌로니아인들은 12개의 별자리에 양·황소·게·사자 등과 같은 동물들을 대응시켜 십이수대(十二獸帶)를 설정하였습니다.

알다시피 용은 중국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논형에서 십이지와 연관된 다른 동물들은 모두 열거하면서 진(辰)에 해당하는 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십이지와 동물의 대응 관계가 후한 시기까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헌상으로는 전한 무제 이래 서역과의 문물교류가 활성화되었다고 하지만, 앞서 전차의 전래에서도 보았듯이 동서양의 교류는 아주 오랜 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 같은 문화 전파를 통해 서방의 천문·역학이 일찍부터 중국에 소개되었을 가능성이나 논형에 용의 개념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십이지에 동물을 대응시키는 구상이나 용 개념이 서아시아에서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십이지와 동물을 대응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동물을 선택하여 배정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라시아에 널리 퍼진 십이지 문화

한편 이 같이 중국화된 십이지 문화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주변 국가나 먼 지역까지 전파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베트남·티베트·태국·벨라루스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로, 몽골에서는 호랑이를 표범으로, 인도에서는 닭을 가루다로, 아라비아에서는 용을 악어로, 불가리아에서는 호랑이를 고양이로 대체하였습니다.

방향과 시간의 개념으로 정착한 십이지 문화는 이처럼 유라시아에 걸쳐 인간과 삶을 같이해 온 친숙한 동물들과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참고